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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학생들의 일과


한 신학생이 돌아보는 신학교의 하루살이

 

◎ 05:30 - 기상

  5시  30분  "딩동댕...".  방안의 스피커로 기상종이 새벽의 적막을 깨뜨린다. 한 형제가 "Benedicamus Domino"(주님을 찬미합시다)하고 외치면, 형제들은 누구랄 것도 없이 "Deo Gratias"(하느님 감사합니다)하고 외친다. 이불 속에서 몸을 일으키고 방 한쪽에 걸려있는 십자가 보며 졸린 눈으로 성호를 긋는다. 오늘도 이렇게 주님은 내게 새로운 하루를 주셨다.

  얼굴을 씻고는 성전으로 급히 향한다. 기도 시간이 가까웠기 때문이다.


 ◎ 06:00/12:30/17:30/19:30 - 성무일도(아침기도, 낮기도, 저녁기도, 끝기도)(사진보기)

  성전에 앉아서 묵상을 하고 있노라면, 기도 시간이 가까울수록 형제들의 발걸음 소리가 거세짐을 느낀다. 아침기도 시간이 다  된 것이다. 6시. 시작을 알리는  종소리와 함께 주송자의 선창으로 시작된다. "하느님, 절 구하소서" -- "주님, 어서오사 저를 도우소서".... 그 소리에 맞추어 성호를 긋는다. 무겁게 가라앉은 형제들의 아침 기도소리는 곧잘 졸음을 불러오지만, 그 때마다 나는 기도에 전념하려 정신을 가다듬는다.

  하루 4번, 정해진 규칙적인 기도는 나태함에 젖어있는 나를 항상 깨어있게 한다. 그럴 때마다 드리는 기도가 있다. "하느님, 분심중의 기도를 용서하소서."

 

◎ 06:45 - 미사

  묵상이 끝나고 나면 오르간 반주와 형제들의 성가 부르는 소리에, 신부님들과 부제님들의 행렬이 시작된다. 아침은 어느새 밝아 있고, 빛을 발하는 스테인드글라스 밑으로 미사를 드리는 모두의 모습들이 아름답게 보인다. 십자가의 예수님께서 흐뭇하게 내려다 보시는 것만 같다. 큰 성전에서  신부님들의 경문 읽는 소리면 그에  응하는 형제들의 대답들이 거룩하게만 보인다. 그리고 우리는 예수님의 몸을 기쁘게 받아 모시고, 주례 신부님의 강복을 받으며 하루를 기분좋게 시작한다.

  "하느님, 우리의 미사가 항상 당신께 찬미가 되게 하소서."


 

◎ 07:25/12:45/18:00 - 식사시간

   미사를 드리고 모두가 아침식사를 위해 식당으로 내려온다. 형제들이 각자의 식탁에 모인다. 아직 대침묵이라 말은 못 하지만, 형제들 간에 서로의 안부를 전하는 모습이 식탁 전체에 가득하다. 모두들 자리에 도착하면 고개로, 눈빛으로 "밤새 안녕하셨습니까"하고 인사하기 바쁘다. 신부님의 식사기도가  끝나면(점심, 저녁은 형제들이 합니다) 식당은 언제 그랬냐는 듯이 시끌벅적해 진다. 밥을 퍼 접시에 담고, 국을 뜨고, 반찬을 나누고, 물컵을 채우고, 수저를 정리하면서, 간밤에 나누지 못했던 이야기에 식사는 웃음과 사랑으로 가득 채워진다.


  난 신학교에서 식사시간이 좋다. 형제가 있어서 좋고, 형제들의 스스럼없는 나눔이 있어서 좋고, 선후배 간의 보이지 않는 배려가 있어서 좋다. 그런데 이 식탁에도 침묵이 있는 날이 있다. 월피정 때면 식당 안은 온통 수저소리와 입맛 다시는 소리만 가득하다. 그 모습을 누군가 본다면 정말 재미있는 구경거릴텐데...

 

 


 

2009/01/03 13:13 2009/01/03 1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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